나이 들수록 골프와 가까워져야

      골프가 노인성질환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과격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잔디 위를 걷는 운동이니 몸에 나쁠 리가 없지만 골퍼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의학계가 중풍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골프를 본격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은 최근 골프에 몰입하는 프로골퍼들의 두뇌연구를 통해 새로운 중풍 치료방안을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위해 미국 LPGA 선수인 미첼 벨의 머리에 12개의 전극을 달고 녹색 카펫이 깔린 연구소 홀에서 뇌파측정 실험을 실시했다.

      과학자들은 벨이 퍼트 동작을 상상하는 단계와 실제 퍼트를 하는 단계로 나눠 뇌파를 측정했는데 벨이 퍼트를 상상하는 동안은 물론 실제로 퍼트 하는 동안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뇌파가 흘러나왔다. 이는 곧 퍼트를 할 때 뇌의 활동이 평상시보다 매우 왕성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골프가 치매나 중풍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미국의 한 의과대학 교수인 아미르 소아스 박사는 정신적 육체적 운동이 뇌를 노화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그 중에서도 ‘읽고 읽고 또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스 박사는 독서, 글자 맞추기, 퀴즈, 체스 등과 함께 골프를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운동이라고 꼽았다. 홀마다 적절한 공격 루트를 찾고, 그린 위에서 홀컵에 이르는 길을 읽어내는 것은 바로 독서와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골프가 독서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느 여가활동보다 뇌의 활동을 왕성하게 해준다는 것. 그는 TV를 보고 있을 때는 뇌가 활동하지 않는 중립상태에 들어간다며 가능한 한 TV 볼 시간이 있으면 골프장에 나가라고 권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은 뇌 조직은 5세 이전에 완성되며 그 후 나이를 먹으면서 뇌의 조직이 파괴되고 기능도 저하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뇌는 계속해서 재조직되고 새로운 조건에 적응해 가는데 이는 노년기가 되어도 변함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소아스 박사가 조사한 결과 중년에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노년기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운명하기 며칠 전까지 안양CC(지금의 안양베네스트CC)를 찾았다고 한다. 평소 “골프를 이해하면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된다.”는 골프철학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론과 실기를 갖추고 골프를 즐긴 그는 골프세계를 누구보다 깊이 깨달은 사람일 것이다. 그는 보약 먹는 것보다 골프를 즐기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제일의 비결로 확신했다.

      50세가 넘어 골프채를 잡았던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은 스코어에 신경 쓰지 않고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핸디캡 80대를 유지하기도 한 정 명예회장은 노령에도 불구하고 가끔 휠체어를 탄 채 골프장을 찾기도 했다. 하프스윙으로 한두 개의 티샷을 날리고 온 그린 해서는 한번만 퍼팅 하는 독특한 스타일이지만 골프를 즐기는 마음은 나이를 잊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도 회장에서 물러난 뒤 새로운 골프세계를 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반자들에게 “취미와 건강을 위해 골프만한 것이 없다. 고희를 넘으니 비로소 골프의 묘미를 알 것 같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이들이 한결 같이 만년에 골프에 탐닉하는 것은 골프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는데 골프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잔디 위를 걸어가면서 자연을 감상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 자체가 건강에 좋다.

      거기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샷을 날리고, 해저드를 피해 안전한 공략법을 궁리하고, 설혹 볼이 해저드나 벙커에 빠져도 상심한 마음을 달래며 차선의 길을 택하고, 그린에서 복잡한 결을 읽어내는 것 등 골프장에서의 모든 행동은 아주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요하는 것들이다. 이런 판단과 사고활동 자체가 바로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비결인 것이다.

      수년전 캐나다 에드먼튼에서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헨리 할아버지와 라운드 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은퇴 후 그는 1주일에 서너 번 라운드하며 라운드하지 않을 때도 골프클럽에서 연습 볼을 때리거나 친구들과 담소하는 것으로 소일했다. 그의 부인은 헨리만큼 골프광은 아니었지만 1주일에 한번정도 함께 라운드 했다. 그 부인이 내 귀에 속삭였다.
      “헨리가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해도 가만 놔두는 이유를 알겠소? 알츠하이머에 걸려 요양원에 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지. 골프장에 가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는 못 배기잖아. 그러면 헨리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아내를 몰라보고 딴 짓 하는 일은 걱정 안 해도 되지.”

      로널드 레이건이나 무하마드 알리가 골프에 심취했었더라면 만년이 어땠을까.

      “뇌는 근육처럼 써야만 노화되지 않는다. 골프는 뇌를 가장 효과적으로 운동시키는 운동이다.” 중년의 골퍼들은 과학자들이 내린 이 결론을 믿어볼 만하다.